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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스트처치 거리 예술, 2011년 지진이 바꾼 도시의 벽
크라이스트처치 거리 예술은 2011년 지진으로 무너진 도시에 색을 되돌려 놓은 움직임에서 출발했다. 캔버라 타임스(The Canberra Times)의 줄리 밀러(Julie Miller)는 2026년 10월 20일 기사에서 마오리어로 오타우타히(Ōtautahi)라고도 불리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를 미술사학자 루벤 우즈(Reuben Woods)와 함께 걸은 경험을 전했다. 우즈는 거리 예술 투어 업체 워치 디스 스페이스(Watch This Space)의 가이드다. 밀러는 크라이스트처치 투어리즘(Christchurch Tourism)의 초청으로 이 여행을 했다.
크라이스트처치 거리 예술은 지진에 대한 공동의 응답이었다
우즈는 크라이스트처치에 퍼진 창작 열기의 뿌리를 2011년 지진에서 찾는다. 많은 목숨을 앗아 간 지진으로 도심이 파괴된 뒤, 작가들이 손상된 거리로 나가 색과 기쁨, 희망을 채웠다는 설명이다. 캔버라 타임스에 따르면 지금 이 도시에는 250점이 넘는 공공 예술 작품이 있으며, 크라이스트처치는 남반구 거리 예술의 수도로 꼽힌다.
우즈는 당시 도시에 필요했던 것이 회복만이 아니라 다시 상상하는 일이었다고 캔버라 타임스에 말했다. 변화가 물리적이면서 정서적이고 사회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벽화로 지역을 바꾼 도시는 많지만 크라이스트처치처럼 깊이 자리 잡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고 봤다. 이곳의 벽화는 함께 겪은 충격에 대한 응답이었다는 것이다.
이 설명은 거리 예술을 보는 눈에 한 가지 기준을 더한다. 동네를 밝히려고 의뢰한 벽화와 재난 뒤에 그린 벽화는 길에서 보면 비슷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옆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두 벽화의 무게는 다르다. 크라이스트처치에서는 지진의 기억이 벽을 읽는 방식의 일부가 됐다.
대형 벽화와 작은 작품이 같은 거리를 나눠 쓴다
투어는 옛 대학 건물을 문화 지구로 바꾼 아츠 센터(The Arts Centre, Te Matatiki Toi Ora)에서 시작한다. 안뜰에는 대담한 조각과 모빌이 있고, 고딕 양식 석조 건물의 처마 장식에는 초현실적인 얼굴과 손이 새겨져 있다. 캔버라 타임스는 지진 뒤 복원 공사에 고용된 석공들이 이 장난기 어린 장식을 더했다고 전했다.
가장 큰 작품은 뉴질랜드 작가 제이컵 야익스(Jacob Yikes)의 「나르시사(Narcissa)」다. 화려한 머리 장식을 한 여성을 환상적으로 그린 이 벽화는 디스팅션 크라이스트처치 호텔 외벽에 있다. 11층, 높이 55미터로 뉴질랜드에서 가장 높은 벽화이며, 완성까지 3주와 스프레이 페인트 350캔이 들었다.
호주 작가 넘스컬(Numbskull)의 벽화에는 "I Knew You Would Always Come Back(네가 언제나 돌아올 줄 알았어)"이라는 문장이 적혀 있다. 우즈는 이 문장을 지진 이후 도시와 시민이 나누는 대화이자 기억을 되살리자는 초대로 읽는다. 그는 "우리는 도시가 사라졌다고 생각했고, 도시는 우리가 사라졌다고 생각했다"며 말하는 쪽이 시민일 수도, 도시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거대한 벽화 사이에는 작은 작품도 숨어 있다. 이 도시에서는 해마다 리틀 스트리트 아트 페스티벌(Little Street Art Festival)이 열린다. 밀러는 벽 구멍에서 내다보는 눈이 툭 튀어나온 외계인 얼굴, 녹슨 파이프에 붙은 종이접기 곤충, 공식 안내문을 흉내 낸 가짜 표지판("Don't. Penalties May Apply")을 만났다. 우즈는 '거리 예술'보다 '거리의 예술(art of the streets)'이라는 표현을 더 좋아한다고 한다.
거대한 스프레이 캔 네 개는 누구나 그릴 수 있는 합법 벽이다
크라이스트처치의 한 광장에 서 있는 거대한 콘크리트 스프레이 캔 네 개는 합법적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벽이다. 우즈는 캔버라 타임스에 이 캔들이 사람들이 원할 때 언제든 그릴 수 있는 합법 벽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한 시간가량 거리를 둘러본 밀러는 스프레이 캔을 들고 그중 하나 앞에 섰고, 우즈는 그에게 자기 흔적을 남겨 보라고 권했다.
합법 벽은 보는 사람과 그리는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힌다. 방문자는 허용된 자리에서 도구를 직접 잡아 볼 수 있고, 작가는 드러내 놓고 작업할 수 있는 면을 얻는다. 누구에게나 언제든 열려 있는 만큼 캔 표면의 그림은 방문할 때마다 달라져 있을 수 있다.
워치 디스 스페이스 투어는 소규모 도보 투어로 진행된다
캔버라 타임스에 따르면 워치 디스 스페이스는 소규모 그룹을 위한 도보 거리 예술 투어를 요청에 따라 진행한다. 요금은 1~2명 기준 120달러부터이고, 인원이 늘면 1인당 50달러가 추가된다. 출발지인 아츠 센터에는 여러 갤러리와 공연 공간, 창작 상점, 식음료 매장도 있다.
미술사학자와 함께 걸으면 혼자 걷는 산책에서 놓치기 쉬운 맥락을 들을 수 있다. 넘스컬의 문장처럼 도시가 겪은 일을 알아야 뜻이 분명해지는 작품도 있다. 직접 동선을 짠다면 작은 작품일수록 지나치기 쉬우니 본 장소와 날짜를 함께 적어 두는 편이 좋다. 거리 예술 장소는 월스케이프 지도에서 찾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