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피티 뉴스
홍콩, 화장실 낙서 19세에 실형 대신 보호관찰
홍콩 법원, 화장실 벽 낙서에 실형 대신 보호관찰 18개월
홍콩 서구룡법원은 2026년 8월 12일 상업시설 화장실 벽에 반정부 문구를 쓴 량카이록(梁啓樂·19)에게 보호관찰 18개월을 선고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함께 부과된 것은 정신과·심리 상담, 지역사회 활동과 교육 프로그램 이수, 그리고 청소비 1,500홍콩달러다. SCMP는 이 판결이 홍콩 국가보안조례(Safeguarding National Security Ordinance) 위반으로 실형을 면한 첫 사례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무엇을, 어디에 썼나
SCMP에 따르면 량카이록은 2025년 7월 17일부터 21일 사이 침사추이의 상업시설 차이나홍콩시티 남자 화장실 벽에 반정부 문구를 썼다. 도구는 마커펜이었다. 캐나다 방송 CP24가 전한 AFP 보도에 따르면 문구에는 "광복홍콩 시대혁명", 욕설, 그리고 홍콩 행정장관 존 리를 겨냥한 "존 리는 죽어라"가 포함됐다.
마커펜 하나에 두 개의 법이 적용됐다
이 사건에서 같은 행위에 두 종류의 법이 함께 적용됐다. SCMP에 따르면 량카이록은 형사 손괴 3건과 국가보안조례 위반으로 기소됐고, 법원은 그가 "당국에 대한 증오를 선동한" 혐의로 유죄라고 판단했다.
두 혐의의 무게는 전혀 다르다. 손괴에 대한 배상은 청소비 1,500홍콩달러다. 반면 CP24에 따르면 국가보안조례 위반의 법정형은 최대 징역 7년이다. 처벌의 크기를 가른 것은 벽에 남은 잉크의 양이 아니라 쓰인 문장이었다.
재판부가 밝힌 이유
CP24 보도에 따르면 소와이탁 수석치안판사는 량카이록이 2019년 홍콩 시위 당시 12세였다는 점을 들어 문구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봤다. 온라인 콘텐츠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도 언급했다. 판사는 표현의 자유가 존재하지만 그것은 "상대적"이라고 말했다.
SCMP는 량카이록의 성실한 배경, 어린 나이, 그리고 행위의 파급이 제한적이었다는 점이 "예외적 정황"으로 인정됐다고 전했다. 량카이록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으며, 선고 전 4주간 구금돼 있었다.
이 판결이 첫 사례로 불리는 이유
베이징은 2020년 홍콩에 국가보안법을 도입했고, 홍콩은 2024년 자체 국가보안조례를 제정했다. CP24에 따르면 8월 1일 기준 국가보안 관련 범죄로 체포된 사람은 415명, 유죄가 확정된 사람은 185명이다. 그 가운데 조례 위반으로 구금형을 피한 사례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이 SCMP의 설명이다.
벽에 무언가를 쓴다는 것의 법적 무게
허가 없이 남의 벽에 쓰는 일은 홍콩에서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범죄다. 이 사건이 보여주는 것은 그다음이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그래피티를 다루는 법은 재산법이다. 손괴, 원상복구, 청소비가 기준이고, 처벌의 크기는 대체로 피해액을 따라간다.
홍콩의 이 사건은 그 계산을 벗어난다. 피해액은 1,500홍콩달러였지만 형량의 상한을 결정한 것은 문장의 내용이었다. 벽에 쓴다는 행위의 법적 위치가 표면이나 복구 비용이 아니라 무엇을 썼는가에 따라 달라진다는 뜻이다.
월스케이프는 이 판결의 옳고 그름이나 홍콩의 정치에 대해 입장을 내지 않는다. 다만 도시의 벽을 따라가는 사람이라면 알아 둘 만한 사실이 있다. 같은 마커펜, 같은 벽이라도 관할에 따라 적용되는 법의 종류 자체가 달라진다. 어느 도시에서 무엇을 볼 수 있고 무엇이 남아 있는지는 지도와 피드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