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피티 뉴스
볼티모어 그래피티 골목에 놓인 낡은 전화기 한 대
2026년 8월 26일 수요일, 미국 볼티모어 노스 하워드 스트리트(N. Howard Street) 인근의 그래피티 앨리(Graffiti Alley)에 줄이 생겼다. 벽에 그림을 그리려는 줄이 아니라, 낡은 전화기 앞에 선 줄이었다. 지역 방송 폭스 볼티모어에 따르면 이 전화기는 '필리 폰 프로젝트(Philly Phone Project)'의 것으로, 수화기를 든 사람들은 통화 대신 마음속에 담아 둔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수화기 너머에는 아무도 없다
필리 폰 프로젝트는 댄 호런(Dan Horan)이 만든 참여형 프로젝트다. 옛날식 전화기 한 대를 들고 미국 동부 해안 도시들을 옮겨 다니며, 지나가는 누구든 수화기를 들고 하고 싶은 말을 하게 한다. 호런은 폭스 볼티모어에 "이 전화기는 무료 상담사 같은 것"이라며 "다 쏟아내고 나면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걸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볼티모어에서는 많은 참가자가 상실과 애도에 대해 이야기했다. 기록으로 남은 한 메시지는 이렇다. "엄마. 보고 싶어요."
다음 설치 장소와 시간은 프로젝트의 인스타그램 계정 @RealFallRisk의 프로필에 공지된다. 참여에 자격은 없다. 누구나 수화기를 들면 된다.
왜 하필 그래피티 골목인가
그래피티 앨리는 볼티모어에서 가장 잘 알려진 스트리트 아트 공간 중 하나로, 벽이 수시로 새 그림으로 덮이고 그래피티 작업이 사실상 허용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원래부터 '하고 싶은 말을 공개적으로 남기는 장소'였던 셈이다. 스프레이로 벽에 남기던 말을, 이번에는 수화기에 대고 소리 내어 말한다. 공개된 말의 공간에 사적인 말 한마디가 놓인 것이다.
그래피티 스팟은 커뮤니티 공간이 된다
합법 벽이나 그래피티가 용인되는 골목은 그림을 그리는 장소에서 출발해, 사람이 모이는 장소로 자란다. 이번 볼티모어의 사례는 그래피티 공간이 전시장이 아니라 광장에 가깝다는 것을 보여 준다. 한국에서도 압구정 토끼굴처럼 그래피티가 쌓이는 공간이 같은 방식으로 사람을 모은다. 주변의 그래피티 스팟과 합법 벽은 월스케이프 지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출처: 폭스 볼티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