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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마다 움직이는 런던 소호 벽화, 35년째 그 자리

2026년 8월 24일 오전 11:270

런던 소호의 카나비 스트리트(Carnaby Street)와 브로드윅 스트리트(Broadwick Street)가 만나는 모퉁이에는 '스피릿 오브 소호(The Spirit of Soho)'라는 이름의 벽화가 있다. 마이 런던(My London)이 2026년 8월 22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 벽화는 1989년부터 1991년 사이에 설치되었고, 소호 지역 주민들과 함께 작업한 작가팀의 손으로 완성됐다. 35년 가까이 같은 자리에 있었지만, 매일 그 앞을 지나면서도 제대로 올려다본 적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벽화에는 무엇이 그려져 있나

벽화의 중심에는 여성 인물이 있다. 소호 교구 교회인 세인트 앤스(St Anne's)에서 이름을 딴 성 안나를 나타낸 것이다. 이 인물이 입은 치마에는 소호의 거리 지도가 그려져 있고, 리버티(Liberty) 백화점, 차이나타운, 로니 스콧 재즈 클럽(Ronnie Scott's)이 알아볼 수 있는 형태로 들어가 있다.

리버티는 1875년 문을 연 백화점으로, 지금은 2등급 등록문화재인 튜더 양식 건물에 자리하고 있다. 로니 스콧 재즈 클럽은 1959년 문을 열었고, 마일스 데이비스, 니나 시몬, 엘라 피츠제럴드, 지미 헨드릭스, 프린스, 에이미 와인하우스가 이 무대에 섰다.

소셜 미디어 계정 '리빙 런던 히스토리(Living London History)'를 운영하는 잭 체셔(Jack Chesher)는 최근 인스타그램에 이 벽화를 설명하는 영상을 올렸다. 그는 벽화에 소호 역사 속 인물이 40명 넘게 등장한다고 말했다. 낭만주의 시대의 화가이자 시인인 윌리엄 블레이크, 텔레비전을 발명한 존 로지 베어드가 그 안에 있다. 개와 토끼 그림도 있는데, 소호가 한때 사냥터였고 사냥할 때 외치던 소리가 "소 호(So Ho!)"였다는 데서 온 것이다.

정각마다 벽이 움직인다

이 벽화가 다른 벽화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일부가 움직인다는 것이다. 매시 정각이 되면 벽 안의 기계 장치가 작동한다. 잭 체셔의 설명에 따르면 카사노바가 키스를 보내고, 테레사 코르넬리스가 윙크하고, 카를 마르크스가 코카콜라 캔을 들어 한 모금 마신다.

마르크스가 코카콜라를 마시는 장면에 대해 체셔는 "글로벌 기업 자본주의의 궁극적 상징 중 하나를 마르크스가 홀짝이게 만든 것은 아무래도 마르크스를 놀리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등장인물들은 실제로 소호에 살았거나 머물렀던 사람들이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는 1764년 여덟 살 나이에 가족과 함께 런던에 와서 프리스 스트리트(Frith Street)에 머물렀다. 카를 마르크스는 1850년부터 1856년까지 딘 스트리트(Dean Street)에서 가족과 함께 살았다. 테레사 코르넬리스는 18세기 오페라 가수이자 흥행사, 그리고 코르티잔이었고, 소호 스퀘어의 칼라일 하우스에서 호화롭고 스캔들 많은 파티를 열어 '쾌락의 여제', '가면무도회의 여왕'으로 불렸다. 작가이자 외교관인 카사노바는 그의 한때 연인으로 추정되며 자녀 중 한 명의 아버지로 알려져 있다.

매일 지나쳐도 보이지 않는 벽

체셔의 영상에 달린 반응 중 상당수는 그동안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는 고백이었다. 딘 스트리트에서 4년을 일했는데 벽화가 있는 줄 몰랐다는 사람이 있었다. 벽화는 봤지만 정각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몰라 다시 가봐야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이 반응은 도시 벽화가 처한 조건을 그대로 보여준다. 미술관 작품과 달리 벽화는 보러 가는 대상이 아니라, 이미 걷고 있던 길의 배경이 된다. 35년을 버틴 작품도 예외가 아니다. 벽화가 의미를 유지하는 것은 누군가 그것을 계속 가리켜 보이는 동안뿐이다.

이 사례에서 가져갈 것

스피릿 오브 소호에서 참고할 점은 두 가지다. 첫째, 이 벽화는 작가 개인의 서명이 아니라 동네의 기록으로 작동한다. 소호에 실제로 살았던 사람과 지금도 서 있는 장소로 채워져 있어서, 지나가는 사람이 눈앞의 거리와 맞춰볼 수 있다.

둘째는 기계 장치다. 벽에 움직임을 넣는다는 것은 벽화가 정지된 그림이어야 한다는 전제를 깨는 일이고, 하루 중 특정한 시각을 작품 안으로 끌어들이는 일이다. 정각 5분 전에 도착하는 것과 20분 지나 도착하는 것은 다른 경험이 된다.

동네의 벽을 기록하는 일은 그 벽이 사라진 뒤에 가치가 커진다. 주변에 어떤 벽이 이미 기록되어 있는지는 월스케이프 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고, 직접 찍은 벽은 피드에 남길 수 있다.

원문: My 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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