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피티 뉴스

M25 고가교의 이름, 그래피티 작가 헬치 34세로 사망

2026년 9월 4일 오전 11:010

런던을 무대로 활동한 익명의 그래피티 작가 헬치(Helch)가 34세로 사망했다. 웨스트민스터&핌리코 뉴스(Westminster & Pimlico News)에 따르면 런던 달스턴의 BSMT 갤러리가 2026년 9월 1일 그의 사망을 알렸고,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갤러리는 추모 글에서 "H가 없는 도시 풍경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적었다.

헬치라는 이름이 어디에 있었나

헬치의 작업은 갤러리가 아니라 이동 경로 위에 있었다. 그는 M25, M4, M1 등 런던을 둘러싼 고속도로변의 다리와 구조물, 철도 고가교, 그리고 도심 건물 옥상에 자신의 이름을 크게 남겼다. 대형 레터링이 중심이었고, 후반으로 갈수록 글자는 단순화돼 장식적인 대문자 H 하나로 줄어드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위치 선택에는 논리가 있다. 고속도로변 다리와 철도 연변은 걷는 사람이 아니라 이동 중인 사람이 보는 면이다. 하루에 수만 명이 시속 100킬로미터로 스쳐 지나가고,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2초 남짓이다. 그 조건에서 읽히려면 글자는 커야 하고, 형태는 단순해야 하며, 색 대비는 강해야 한다. 헬치의 화면 구성은 대체로 그 제약에서 나왔다.

2018년, M25 위의 문구

그가 대중적으로 알려진 계기는 2018년이었다. M25 위를 지나는 샬폰트 고가교에는 오랫동안 유지돼 온 문구가 하나 있었고, 영국 운전자들에게는 일종의 도로 위 랜드마크로 통했다. 헬치는 그 문구를 자신의 이름이 들어가도록 고쳐 썼다. 여러 매체가 보도한 바뀐 문구는 자신을 봐 달라는 취지의 짧은 문장이었다.

반응은 갈렸다. 원래 문구를 복원해 달라는 청원이 돌았고, 오랜 공공의 농담을 개인의 서명으로 덮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동시에 그 사건은 헬치라는 이름을 전국에 알렸다. 스트리트 아트에서 잘 알려진 면에 손대는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보여 준 사례이기도 하다. 그 벽은 이미 사람들이 보고 있었기 때문에, 바꾸는 순간 논쟁이 따라온다.

롤러라는 도구

헬치는 스프레이 캔이 아니라 페인트 롤러를 주로 썼고, 이 때문에 영국 그래피티 신에서는 롤러 작업의 대표적인 이름으로 불렸다. 롤러는 도구로서 성격이 분명하다. 캔보다 훨씬 넓은 면을 빠르게 덮을 수 있고, 긴 자루를 이어 붙이면 사다리 없이도 높은 곳까지 닿는다. 대신 세부 묘사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롤러로 작업하는 사람은 크기와 위치로 승부하게 된다. 정교함을 포기하는 대신 규모와 높이를 얻는 방식이다. 웨스트민스터&핌리코 뉴스는 그가 2019년경 윈저 인근 철도 고가교에 20미터 규모의 작업을 남겼다고 전했다. 쇼디치, 패딩턴, 사우스켄싱턴 등 런던 여러 지역에도 그의 작업이 있었다.

갤러리로 들어간 마지막 해

헬치의 첫 개인전 '노 하프 메저스(No Half Measures)'는 2025년 12월 4일 런던 달스턴의 BSMT 갤러리에서 열려 2026년 1월 18일까지 이어졌다. 같은 매체에 따르면 출품작 가격은 900파운드에서 4500파운드 사이였고, 갤러리는 그를 완벽주의자로 소개했다.

거리에서 시작해 갤러리로 들어가는 경로 자체는 드물지 않다. 다만 헬치의 경우 두 활동이 끝까지 분리돼 있었다. 전시를 열면서도 법적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고, 사망 소식을 전한 것도 본인의 가족이 아니라 그를 다룬 갤러리였다.

남는 질문

그의 작업 상당수는 허가 없이 이뤄졌고, 이에 대한 평가는 지금도 갈린다. 도로 구조물과 철도 시설에 남긴 작업을 두고 제거 비용과 안전 문제를 지적하는 쪽과, 도시의 시각적 기억으로 보는 쪽이 함께 있다. 부고 이후에도 이 판단이 하나로 정리되지는 않았다.

분명한 것은 기록의 문제다. 이런 작업은 대부분 지워지거나 덧칠되고, 남는 것은 사진과 위치 정보뿐이다. 작가가 세상을 떠난 뒤에는 그 기록이 유일한 자료가 된다. Wallscape가 작업을 사진만이 아니라 위치와 함께 저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의 벽에 지금 무엇이 어디에 남아 있는지는 월스케이프 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출처: Westminster & Pimlico News

원문 보기Westminster & Pimlico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