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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참정권 벽화, 뉴욕 로어이스트사이드 학교에 담긴 16명의 역사

2026년 10월 27일 오전 02:080

여성 참정권 벽화 ‘Still Our Fight’가 뉴욕 맨해튼 로어이스트사이드의 학교 외벽을 16명의 여성을 기억하는 장소로 바꿨다. AM New York의 2026년 10월 25일 보도에 따르면, 작품은 이스트브로드웨이 293번지의 P.S. 134 헨리에타 솔드 학교(P.S. 134 Henrietta Szold School)에 조성됐다. 원래 비어 있던 벽돌 외벽에 그린 벽화이며, 공개 행사에는 학생과 성인 100명 이상이 참석했다.

규모는 37피트×83피트다. 이 정도 크기의 벽화를 볼 때는 전체 화면과 개별 인물 사이에서 시선을 옮기는 과정이 중요하다. 멀리서 한 작품으로 읽히던 이미지가 가까이에서는 여러 사람의 이야기로 나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왼쪽 아래에 이름 안내표와 QR 코드를 두어 그 전환을 돕는다.

학교 벽에서 시작되는 역사 읽기

이 벽화의 장소는 학생들이 날마다 드나드는 학교다. 보도에 따르면 시카고 기반의 공공미술 기획 조직 모뉴멘타(Monumenta)가 인근 헨리스트리트 세틀먼트(Henry Street Settlement)에 연락했고, 이 기관이 학교장 로버트 페랄레스(Robert Perales)를 연결했다. 페랄레스 교장은 작품을 역사 속 인물들을 기리는 기념물로 받아들였다.

학교 외벽의 기념 벽화는 역사와 마주치는 방식을 바꾼다. 전시를 보기 위해 따로 시간을 내는 일과 달리, 통학이나 동네 산책처럼 반복되는 이동 안에서 같은 이미지를 다시 만나게 한다. 처음에는 큰 화면이 눈에 들어오고, 다음에는 이름 하나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반복은 공공미술이 일상에서 가질 수 있는 교육적 가능성이다. 특정 학생에게 어떤 효과가 있었다고 단정할 필요 없이, 장소 자체가 작품을 다시 볼 기회를 만든다는 점에 주목할 수 있다.

페랄레스 교장도 학생들이 건물에 들어설 때마다 불공정한 상황에 맞섰던 여성들의 용기를 떠올리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학교 벽을 선택한 이유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설명이다.

샘 커크와 여성 작가들이 함께 제작했다

작품은 샘 커크(Sam Kirk)가 디자인했으며, 커크와 여성 작가 6명으로 구성된 팀이 채색을 맡았다. 모뉴멘타가 기획하고 완성한 이 벽화는 전국 여성 참정권 벽화 시리즈(National Suffrage Mural Series)에 속한다. 시카고에서 공개된 작품들에 이어 제작됐고, 다른 도시에도 벽화를 선보일 계획이 있다고 원문은 전한다.

제작 과정에서는 그림을 보던 주민과 행인들이 작가들에게 질문했다. 참여 작가 다니엘 매스트리언(Danielle Mastrion)은 사람들이 작품의 주제를 궁금해했고, 제작진이 모두 여성이라는 사실에도 반응했다고 설명했다. 벽화가 완성되기 전부터 대화의 접점이 생긴 셈이다.

벽화를 따라다니는 관람자에게는 이 제작진 역시 감상의 일부다. 누구를 그렸는지와 함께 누가 그렸는지 살펴보면, 역사적 인물을 기리는 작업이 현재의 예술가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할 수 있다. 다만 여성 작가라는 공통점만으로 서로의 표현 방식까지 같다고 가정할 수는 없다. 현장에서는 개별 작가의 역할에 관해 확인되는 정보와 화면에서 직접 관찰한 내용을 구분해 보는 편이 좋다.

16명은 더 넓은 역사를 여는 출발점이다

등장인물 16명은 여성 참정권 운동과 당시 여성의 권한 확대에 관련된 인물들이다. 모든 인물이 직접 참정권 운동에 참여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AM New York은 오나이다 네이션(Oneida nation)의 로라 코넬리어스 켈로그(Laura Cornelius Kellogg)를 그 사례로 소개했다. 따라서 모든 초상을 하나의 활동 경력으로 묶어 읽기보다는 안내표를 통해 각각의 이름을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시리즈 공동 디렉터이자 모뉴멘타 예술감독인 네이사 페이지리버먼(Neysa Page-Lieberman)은 여성의 투표권 확보에 수백 명이 기여했지만 벽화에는 16명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함께 시리즈를 이끄는 미셸 더스터(Michelle Duster)의 증조모는 참정권 운동가 아이다 B. 웰스(Ida B. Wells)다. 이런 설명은 그림에 담긴 인원과 운동 전체의 규모를 혼동하지 않도록 돕는다.

역사 벽화에는 늘 선택이 따른다. 한 벽에 모든 사람과 사건을 넣을 수는 없다. 초상은 완결된 명단이라기보다 더 찾아볼 이름을 건네는 장치로 읽을 수 있다. 이름을 기억하고, 그 인물의 활동을 추가로 확인하는 과정이 벽 밖으로 이어지는 감상이다.

수정헌법 제19조와 공연이 시리즈를 잇는다

작품의 역사적 배경에는 미국 수정헌법 제19조가 있다. 원문에 따르면 연방의회는 1919년 6월 4일 이를 통과시켰고, 1920년 8월 18일까지 주 의회의 4분의 3이 비준했다. 조항의 핵심은 성별을 이유로 미국 시민의 투표권을 부정하거나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법적 문구를 인물들의 서로 다른 삶 전체와 동일시하지 않고, 작품이 다루는 역사를 이해하는 기준점으로 삼을 수 있다.

시리즈가 다른 도시로 확장되는 데에는 수정헌법 제19조 통과를 소재로 한 뮤지컬 ‘Suffs’도 계기가 됐다. 페이지리버먼은 처음에는 시카고에 집중하려 했으나 공연을 통해 전국 시리즈로 넓힐 필요성을 느꼈다고 밝혔다. 무대와 벽화는 관람 방식이 다르지만, 여러 사람이 만든 역사를 오늘의 관객에게 전달한다는 접점이 있다. 이 경우에는 그 연결이 제작 방향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도됐다.

현장에서는 안내표부터 인물까지 연결해 본다

방문할 때 가장 실용적인 출발점은 벽화 왼쪽 아래의 이름 안내표다. 보도에 따르면 안내표는 각 인물이 누구인지 알려주고, QR 코드는 추가 정보로 연결한다. 원문은 실제로 행인들이 멈춰 서서 그림을 보거나 안내표로 이름을 확인했다고 전한다. 큰 작품의 감상을 구체적인 인물의 이야기로 이어주는 부분이다.

먼저 안전하게 설 수 있는 곳에서 전체 구성을 보고, 안내표의 이름을 확인한 뒤 해당 인물로 시선을 옮기는 순서가 유용하다. QR 코드로 읽은 내용과 화면에 표현된 요소를 비교하면 사진 한 장으로 남길 때 놓치기 쉬운 차이도 살펴볼 수 있다. 이는 감상 방법에 대한 제안이며, 작품의 색이나 구도에 관한 확인되지 않은 설명은 아니다.

장소가 운영 중인 학교라는 점도 방문 방식에 반영해야 한다. 보행과 출입을 방해하지 않고, 벽화를 보기 위해 학교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가정하지 않는 편이 적절하다. 외벽을 함께 쓰는 동네의 일상까지 존중할 때, 이 기념 벽화가 놓인 맥락도 더 잘 보인다. ‘Still Our Fight’에서 눈여겨볼 것은 큰 화면만이 아니라, 그 화면을 이름과 역사로 다시 읽게 하는 작은 안내 장치다.

원문 보기— AM New Y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