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피티 뉴스
헵워스 스텐실, 테이트가 지우지 않기로 했다
영국 콘월주 세인트아이브스에 조각가 바버라 헵워스(Dame Barbara Hepworth)를 그린 높이 2m(6피트 6인치) 스텐실 작품이 나타났다. BBC 2026년 7월 27일 보도에 따르면 이 작품은 브리스틀에서 활동하는 그래피티 작가 스튜이(Stewy)의 것으로 추정되며, 허가 없이 그려졌다. 벽을 소유한 테이트(Tate) 미술관은 작품을 당분간 그대로 두는 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벽은 헵워스의 작업실이었다
그림이 그려진 곳은 팔레 드 당스(Palais de Danse) 건물이다. 옛 영화관이자 무도장이던 이 건물을 헵워스는 1961년에 사들여 작업실로 썼다. 뉴욕 유엔 본부 앞에 서 있는 대표작 싱글 폼(Single Form)이 이 건물에서 만들어졌고, 1961년 1월 이곳에서 원형 작업이 진행됐다.
헵워스는 웨스트요크셔주 웨이크필드 출신으로, 1975년 5월 자신의 작업실에서 일어난 화재 사고로 72세에 세상을 떠났다. 팔레 드 당스는 2015년 유족이 테이트에 기증했고, 현재는 지역 예술 공간으로 개조 중이다. 스텐실이 등장한 자리는 헵워스의 작품을 전시하는 바버라 헵워스 미술관 및 조각 정원에서 가깝다.
BBC는 이 작품이 7월의 어느 화요일에 나타났다고 전했다.
미술관이 지우지 않기로 한 결정
테이트 대변인은 BBC에 이렇게 말했다. 헵워스 재단과 이야기한 결과, 재단은 테이트가 콘월 카운슬과 다음 절차를 논의하는 동안 작품을 당분간 그대로 두는 데 동의한다는 것이다.
테이트에서 스트리트 아트 큐레이터로 일했던 시더 루이슨(Cedar Lewisohn)은 미술관이 이 사안을 신중하게 다룰 것이라고 보면서도, 작품의 성격을 이렇게 짚었다. "결국 이건 1분 정도면 그릴 수 있는 스텐실이고, 허가 없이 올라간 것이며, 스트리트 아트는 정의상 일시적이고 오래 남도록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BBC는 스튜이에게 입장을 물었다고 밝혔다.
이 결정이 눈에 띄는 이유는 결과보다 절차에 있다. 무허가 작업이 남을지 지워질지는 보통 건물주 한 사람이 정한다. 이번에는 벽의 소유주가 미술관이고, 그림 속 인물의 재단이 의견을 냈고, 지방정부와의 협의가 남아 있다. 작품이 보호받은 것이 아니라 시간이 주어진 상태다.
골판지 10점을 도시 곳곳에 두고 갔다
스튜이는 벽 하나만 남기지 않았다. BBC에 따르면 그는 같은 도안을 골판지에 찍은 작은 작품 10점에 서명을 남기고 세인트아이브스 여러 곳에 두었다.
그중 한 점은 펜위스 갤러리(Penwith Gallery)에 익명으로 놓였다. 갤러리 직원 소피 프레이저(Sophie Fraser)는 BBC에 이렇게 말했다. "정문 옆 데스크 옆에 골판지 한 장이 세워져 있는 걸 봤어요. 작가가 골판지로 10점을 만들었다는 걸 알고 있었고, 혹시 그중 하나일까 싶어 찾아봤는데 바로 그거였습니다." 갤러리는 이 작품을 헵워스의 주요 조각 가운데 하나인 매직 스톤(Magic Stone) 옆에 전시하고 있다.
벽에 그린 한 점은 누군가 덧칠하면 사라진다. 도시에 흩어진 10점은 각각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간다. 하나를 지우는 결정으로 작업 전체를 없앨 수 없는 구조다.
주민들의 반응
작가 폴리 존스(Polly Jones)는 이 스텐실을 wicked, 우리말로 끝내준다는 뜻의 표현으로 평하며 BBC에 말했다. "꽤 멋지지 않나요? 자리에 잘 어울려요. 자기 작품을 보관하던 건물을 올려다보고 있는 구도가 마음에 듭니다."
러프버러에서 방문한 앤 스완(Ann Swan)은 이렇게 말했다. "그분은 이 도시의 아이콘이고, 보자마자 바로 알아볼 수 있어요. 원래 여기 있던 것처럼 보입니다."
BBC 보도도 테이트의 입장도 이 그림이 그려졌어야 했는지에 대한 판단은 내리지 않았다. 미술관이 기다리기로 했다고 해서 그 논쟁이 정리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벽 그림은 기록되기 전에 사라진다
세인트아이브스의 스텐실은 언론이 사진을 찍고 사람들에게 물었기 때문에 기록이 남았다. 대부분의 거리 작업은 그렇지 않다. 며칠에서 몇 달 사이에 덧칠되고, 사진이 남지 않으면 그 자리에 무엇이 있었는지 확인할 방법이 사라진다.
월스케이프의 지도는 위치와 함께 올라온 작업을 그 자리에 남긴다. 벽이 지워진 뒤에도 어디에 무엇이 있었는지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다. 피드에서는 지금 각 도시에서 새로 올라오는 작업을 볼 수 있다.
이번 사안에서 테이트가 내린 판단은 존치가 아니라 유예다. 남을지 지워질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 사이에 남는 것은 기록뿐이다.
출처: BBC News, 2026년 7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