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피티 뉴스
브리스톨 펍 AI 벽화 논란, 지역 작가들은 왜 비판했나
브리스톨 AI 벽화가 영국 브리스톨 베드민스터(Bedminster)의 졸리 콜리어스(Jolly Colliers) 펍 외벽에 등장한 뒤 지역 작가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타임스 오브 인디아(Times of India)가 2026년 9월 27일 지역 매체 브리스톨24/7(Bristol24/7)의 보도를 인용해 전한 바에 따르면, 이 그림은 인공지능으로 만든 이미지를 비닐에 인쇄해 건물 측면에 붙인 것이다. 작가들은 도시의 명소와 뱅크시 작품이 잘못 그려졌다는 점, 그리고 지역 작가에게 의뢰하지 않고 AI를 썼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펍 소유주인 펀치 펍스(Punch Pubs)는 임시 조치라고 설명했다.
AI 벽화에는 브리스톨 명소가 잘못 담겼다
벽화는 브리스톨의 명소를 화려한 색으로 모아 놓은 구성이지만, 가까이 보면 틀린 부분이 여럿 있다. 타임스 오브 인디아에 따르면 그림에는 캐벗 타워(Cabot Tower)와 SS 그레이트브리튼(SS Great Britain)이 들어 있고, 뱅크시(Banksy)의 '마일드 마일드 웨스트(Mild Mild West)'를 참고한 듯한 장면도 있다.
브리스톨24/7은 캐벗 타워가 실제와 다르게 그려졌고 SS 그레이트브리튼은 작은 예인선에 가까워 보인다고 보도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뱅크시 작품이다. 브리스톨에서 제작된 '마일드 마일드 웨스트'는 곰 인형이 진압 경찰을 향해 화염병을 던지는 장면으로 알려져 있다.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AI 벽화에서 이 장면이 다리가 하나뿐인 낯선 인물이 무언가를 가리키는 모습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거리 예술이 시각적 정체성과 깊이 얽힌 도시에서 이런 오류는 넘어가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작가들은 오류보다 AI를 택한 결정을 더 크게 문제 삼았다
비판의 중심은 그림의 완성도보다 지역 작가 대신 AI를 택한 결정에 있다. 브리스톨 벽화 콜렉티브(Bristol Mural Collective)의 캐롤라인 매그스(Caroline Maggs)는 브리스톨24/7에 "AI 디자인은 작가의 작업을 평가절하할 뿐 아니라 훼손한다"고 말했다. 매그스는 작가들이 이미 이 기술 때문에 압박을 받고 있는 만큼 AI 그림을 고르는 일이 단순한 미적 선택은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서명 없는 쪽지가 펍에 붙었다는 보도도 전했다. 쪽지에는 벽화를 만든 쪽이 브리스톨의 창작 공동체를 존중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담겼다. 이 매체는 반발이 그림이 보기 좋은지를 넘어, 공공 미술로 누가 돈을 받는지, 예술가로 유명한 도시가 AI로 그 문화를 흉내 내도 되는지의 문제로 이어졌다고 짚었다.
기업이 건물 벽을 맡기는 일은 벽화가가 자기 기술로 보수를 받는 통로 가운데 하나다. 업체가 AI 이미지를 인쇄해 붙이면 그 의뢰는 지역 작가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정체성의 문제도 있다. AI 도구는 한 도시의 거리 예술이 지닌 모양새를 그것을 만들어 온 사람들 없이 빌려 올 수 있고, 이번 벽화에서는 빌려 온 요소마저 일그러진 채 나타났다.
펀치 펍스는 외벽 상태 때문에 둔 임시 조치라고 밝혔다
펀치 펍스는 이 벽화가 최종 작품이 아니라 임시로 붙인 것이라는 입장이다. 브리스톨24/7에 따르면 펀치 펍스 대변인은 벽화가 "외벽 상태로 인한 임시 조치"라고 설명했고, 회사가 앞으로 지역 작가 및 주민과 함께 영구 벽화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시에는 외벽 상태 때문에 영구 벽화를 그리기 어려웠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이런 해명에도 비판이 멈추지 않았다고 전했다. 임시 설치물과 영구 작품의 구분은 이번 논란의 한 축이다. 비닐 인쇄물은 떼어 낼 수 있는 임시 설치물이지만, 길에서 보는 사람에게는 큰 벽에 걸린 순간부터 동네 풍경의 일부가 된다.
AI로 뱅크시를 흉내 낸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AI가 뱅크시의 시각 언어를 모방한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디 아트 뉴스페이퍼(The Art Newspaper)가 2020년 GANksy라는 AI 프로젝트를 보도했다고 소개했다. 이 프로젝트는 익명의 영국 거리 예술가인 뱅크시의 작품과 비슷해 보이도록 이미지를 생성했다.
이번 사례는 이미지가 놓인 자리가 다르다. GANksy가 실험이었다면 졸리 콜리어스 벽화는 '마일드 마일드 웨스트'가 제작된 도시의 펍 외벽에 걸렸다. 작가들은 지역 작가에게 돌아갈 수 있었던 의뢰와 부정확한 모방을 지적했고, 펀치 펍스는 지역 작가와의 협업에 앞선 단기 조치라고 설명했다.
벽화를 찾아다니는 사람이라면 작품이 손으로 그린 것인지 인쇄물인지,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 기록해 두면 좋다. 월스케이프 지도에 작품을 남길 때 본 날짜와 확인된 작가 정보를 함께 적어 두면 벽의 모습이 바뀌어도 기록이 이어진다.
출처: Times of In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