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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커샛의 잃어버린 시카고 벽화를 돌아보다
시카고 전시는 인상주의 이후의 커샛을 살핀다
시카고 미술관의 ‘메리 커샛: 인상주의 이후’는 작가의 회화·파스텔·판화 약 70점을 통해 인상주의를 넘어선 작업을 조명한다. 시카고 선타임스의 2026년 9월 8일 보도에 따르면, 미술관이 커샛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전시는 25년여 만이다. 사후 100년을 맞아 익숙한 작품과 덜 알려진 시카고의 공공미술 작업을 함께 살핀다.
메리 커샛은 1844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태어나 생애 대부분을 프랑스에서 보냈다. 에드가 드가는 그에게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들과 전시할 기회를 제안했다. 이번 전시는 그 관계를 출발점으로 삼되, 이후 커샛이 무엇을 그리고 재료를 어떻게 다뤘는지에 무게를 둔다. 기획자 아넬리스 K. 매드슨은 익히 안다고 여기는 작가를 다시 이해하고 작업의 범위를 넓혀 보려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현대 여성’은 만국박람회의 대형 공공 벽화였다
커샛의 ‘현대 여성’은 1893년 시카고 잭슨 파크에서 열린 만국박람회의 여성관을 위해 제작된 벽화다. 1890년대 초 의뢰받은 작품은 가로 60피트, 세로 14피트였으며, 제작에 주어진 시간은 9개월이었다. 작은 화면의 인물화와는 다른 규모의 노동과 구성이 필요했던 작업이다.
세 부분으로 이뤄진 화면에는 여성과 소녀 20여 명이 등장했다. 과수원을 돌보고, 명성을 의인화한 인물을 쫓으며, 춤추고 음악을 연주하는 모습이었다. 관객은 이 내용을 통해 커샛이 가정의 장면뿐 아니라 대규모 전시 공간에서 여성의 활동을 어떻게 보여줬는지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선타임스는 이 벽화가 미국에서 커샛의 인지도를 높였으며, 그를 미국에서 공공 벽화를 완성한 초기 여성 작가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전했다. 매드슨에 따르면 커샛은 적극적으로 요구해 박람회의 남성 벽화가들과 같은 보수도 받았다. 공공미술의 역사는 화면에 남은 이미지뿐 아니라 누가 의뢰를 받고 어떤 조건에서 일했는지와도 연결된다.
사라진 벽화는 관련 회화로 되짚는다
전시는 벽화 원본 대신 비슷한 인물과 장면을 담은 회화를 통해 ‘현대 여성’의 이야기를 전한다. 여성관은 박람회 뒤 철거됐고, 벽화는 분실되거나 파괴된 것으로 전해진다. 기사에 따르면 마지막으로 소재가 확인된 때는 1912년이다. 따라서 이번 전시를 벽화의 재발견이나 원본 공개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관련 작품은 벽화에 등장했던 여성들과 유사한 장면을 이젤화 크기의 화면으로 보여준다. 매드슨은 이 자료를 통해 벽화의 이야기를 이어 붙이고 관람객에게 되살려 전달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남아 있는 회화를 보는 일과 사라진 공공 작품을 상상하는 일이 한 전시 안에서 만나는 셈이다.
벽화를 따라 도시를 보는 관객에게는 작품과 장소의 관계가 중요한 관람 지점이 된다. 미술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잭슨 파크의 옛 벽면 자체가 아니라, 그곳에 놓였던 작품을 이해할 단서다. 건물이 사라진 뒤 작품의 기록과 관련 이미지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돌아보게 한다.
‘아이의 목욕’은 판화와 재료 실험으로 이어진다
1893년작 ‘아이의 목욕’은 전시에서 커샛의 여러 작업을 잇는 중심 작품이다. 시카고 미술관은 1910년 이 그림을 소장했으며, 화면에는 어머니가 아이의 발을 씻기는 모습이 담겼다. 매드슨은 이 작품을 전시의 다른 부분으로 건너가는 다리로 설명했다.
한쪽에서는 커샛이 파리에서 본 17~19세기 일본 목판화에서 얻은 자극과 판화 실험을 살핀다. 다른 쪽에서는 어머니와 아이를 반복해 그리면서 색채·재료·무늬를 탐구한 과정을 보여준다. 주제가 비슷해도 화면을 만드는 방법은 계속 달라졌다는 점이 관람의 실마리다.
공공미술에 관심이 있다면 관련 회화 속 인물의 동작과 배치를 먼저 보고, 벽화의 크기와 세 부분 구성을 함께 떠올려 볼 만하다. 미술관의 전시와 도시의 벽화를 함께 살피려면 Wallscape 지도에서 주변 벽화를 찾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