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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라 주택 벽에 닉 케이브·카일리 미노그 벽화, 동네 명물로
호주 캔버라 벨코넨(Belconnen)의 한 주택 외벽에 가수 닉 케이브와 카일리 미노그를 그린 벽화가 등장했다. 캔버라 타임스(The Canberra Times)의 메건 도허티 기자 보도에 따르면 캔버라 작가 로런스 탠(Lawrence Tan)이 집주인의 의뢰로 스프레이 페인트를 써서 그렸고, 완성 뒤 동네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오는 장소가 됐다. 집주인 데이비드는 이 벽화가 지역 명물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1996년 빅 데이 아웃 무대 뒤 사진이 밑그림
벽화는 실제 사진에서 출발했다. 캔버라 타임스에 따르면 밑그림이 된 사진은 사진가 토니 모트(Tony Mott)가 1996년 멜버른 '빅 데이 아웃' 공연 무대 뒤에서 두 가수를 찍은 것이다. 당시 카일리 미노그와 닉 케이브의 듀엣곡 'Where the Wild Roses Grow'가 발표된 지 몇 달 되지 않은 때였고, 정반대 이미지의 두 사람이 짝을 이룬 사진은 록 음악사의 한 장면으로 남았다.
집은 벨코넨 헤네시 스트리트에 있고, 벽화는 버스 노선과 보행로가 지나는 큰길 쪽을 향하고 있다.
사진가의 허락부터 받았다
집주인 데이비드는 원래 카일리 미노그만 그리고 싶었다. 그러나 캔버라 타임스에 따르면 특정 이미지의 사용 허락을 받는 데 복잡한 문제가 있었고, 작가와 집주인은 토니 모트의 빅 데이 아웃 사진으로 방향을 바꿨다. 탠은 모트를 직접 찾아 사진을 벽화의 바탕으로 쓰는 허락을 받고 저작권 문제를 정리했다.
모트는 캔버라 타임스에 "정말 끝내준다"며 여러 사람이 벽화 소식을 알려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진 촬영 장면이 넷플릭스의 카일리 미노그 다큐멘터리 3화에 나온다고도 덧붙였다.
빈 벽이 생긴 사연
캔버라 타임스에 따르면 데이비드는 약 1년 전 이혼 뒤 십대 아들과 함께, 자신이 자란 벨코넨으로 돌아와 이 집을 샀다. 집을 산 뒤 벽을 뒤덮고 있던 덩굴을 걷어내고 갈라진 곳을 고쳤더니 커다란 빈 벽이 남았다. 그는 "구조 보수가 끝나자 거대한 빈 벽만 남았다. 색이 필요하다고 외치는 벽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근처 습지와 에뮤 크리크 일대에서 주민 자원봉사자들이 서식지를 복원하는 흐름을 보며, 동네에 긍정적인 무언가를 보태고 싶었다고 했다.
캔버라 한겨울에 40시간
캔버라 타임스에 따르면 탠은 8월 캔버라의 한겨울에 2주에 걸쳐 약 40시간 동안 스프레이 페인트로 층을 쌓아 가며 벽화를 그렸다. 작업 중에는 두 가수의 듀엣곡을 들었다. 탠은 "초상화 그리기를 좋아한다"며 "그리는 동안 대상이 누구인지 알아가고 그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성격을 엿보게 된다"고 말했다.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길 가던 사람들이 멈춰 서서 구경하고, 차들이 속도를 늦추고, 행인들이 응원과 질문을 건넸다고 데이비드는 전했다. 탠은 피시윅의 한 차고에 그린 영화 '펄프 픽션' 장면, 브래던의 브랭크스 빌딩 벽화 등 캔버라 곳곳에 작품을 남긴 작가다.
벽화가 만든 대화
데이비드는 벽화 앞에 들장미를 비롯한 화초를 심었다. 어느 날 물을 주고 있는데 점심시간을 이용해 벽화를 보러 온 네 사람과 한참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그는 "완성된 뒤 가장 놀란 점은 이 벽화 덕분에 만난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라며 "무엇보다 사람들을 웃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캔버라 타임스는 캔버라에서 집 외벽에 그림을 걸어 모두에게 보여 주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스트리트 아트 관점에서 보면
이 벽화는 사유지 벽에 그려졌지만 큰길을 향해 있어 사실상 공공 작품으로 기능한다. 눈여겨볼 대목은 순서다. 유명인의 초상을 그리기 전에 원본 사진의 저작권자를 찾아 허락을 받았고, 처음 계획을 접고 허락 가능한 이미지로 바꿨다. 인물 벽화를 의뢰하거나 그리는 사람이라면 참고할 만한 절차다.
주택 외벽 벽화는 한국에서도 늘고 있다. 캔버라 사례처럼 집주인 한 사람의 의뢰가 동네의 만남 장소를 만들 수 있다. 캔버라 벨코넨에서 이 벽을 봤다면 Wallscape 지도에 위치를 올려두면 되고, 피드에서 다른 도시의 초상 벽화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