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피티 뉴스

단청과 그래피티가 만난 한남동 '네오 조선'전

2026년 8월 29일 오전 03:410

프랑스 출신 작가 보야네 젤레코프스키(Boyane Zelechowski)의 개인전 '네오 조선(Neo Joseon)'이 서울 한남동 히피한남 갤러리(Hippie Hannam Gallery)에서 2026년 9월 19일까지 열린다. 코리아타임스에 따르면 이번 전시는 서울 아트 위크 2026의 참여 프로그램이며, 오프닝 리셉션은 9월 1일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열린다. 관람료는 없다.

젤레코프스키는 유럽 그래피티와 만화 스타일의 일러스트레이션, 그리고 한국 전통 회화를 한 화면에 겹쳐 놓는다. 코리아타임스는 출품작의 절반이 한지에 그려졌고 선 작업에는 서예 붓이 쓰였다고 전했다. 작가는 자신의 화풍을 '레트로 퓨처리즘(Retro-Futurism)'이라고 부른다.

스프레이 캔에서 한지까지 온 작가

보야네 젤레코프스키는 2000년대 초 유럽 그래피티 신에서 활동하면서 동시에 생테티엔 국립고등미술학교(École des Beaux-Arts de Saint-Étienne)에서 공부했다. 2011년 서울로 거처를 옮겼고, 현재는 벽화 작가이자 실크스크린 제작자, 회화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거리에서 시작해 정규 미술 교육을 거쳐 다시 화랑으로 들어오는 이 경로는 유럽 그래피티 초기 세대 이후 드물지 않은 이력이다.

재료를 놓고 보면 한지는 그 이력에서 가장 낯선 선택이다. 그래피티는 캔과 롤러, 빠르게 마르는 페인트, 그리고 넓은 벽면을 전제로 한다. 반대로 한지 위에 붓으로 그은 선은 덧칠로 감추기 어렵고 한 번에 결정된다. 다만 두 작업 모두 되돌릴 수 없다는 점은 같다. 벽에서 한 획을 잘못 그으면 다시 칠해야 하듯, 한지에서도 물러설 자리는 없다.

작가가 단청의 색을 다룬 방식

젤레코프스키는 단청의 색채 체계를 그대로 옮기지 않았다. 코리아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단청의 색은 전통 오방색 체계에 기반합니다. 저는 색조를 바꾸고 투명도를 사용해서, 보는 사람이 어떤 참조나 기억을 보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했습니다."

단청은 사찰과 궁궐을 비롯한 목조 건축물에 쓰여온 장식 채색이다. 코리아타임스는 단청을 "한국의 사원과 궁궐, 그 밖의 목조 건축물에 역사적으로 사용된 선명한 장식 채색"이라고 설명했다. 청·적·황·백·흑의 오방색을 기본으로 삼고, 색 자체에 방위와 의미가 실린다.

색조를 바꾸고 투명도를 넣었다는 설명은 그래서 단순한 취향 문제가 아니다. 원색과 불투명함은 단청이 수백 년 동안 지켜온 규칙에 가깝다. 그 규칙을 흐린다는 것은, 전통을 인용하되 그것이 인용임을 감추지 않겠다는 선택으로 읽힌다.

단청과 그래피티가 형식적으로 겹치는 지점

두 계보는 배경이 전혀 다르지만 조형 원리에서 겹치는 부분이 있다. 단청은 원색을 면으로 채우고 윤곽선으로 구획하며, 정해진 문양 단위를 반복해 넓은 목재 표면을 덮는다. 그래피티 레터링 역시 아웃라인을 먼저 세우고 그 안을 색 면으로 채운 뒤, 반복되는 형태 규칙을 통해 벽 전체를 구성한다. 둘 다 건축물의 표면을 전제로 하고, 가까이서 보는 그림이 아니라 멀리서 읽히는 그림이라는 점도 같다.

이런 구조적 유사성은 '동양과 서양의 만남' 같은 표현보다 훨씬 구체적인 이야기다. 실제로 두 형식이 붙을 수 있는 지점이 어디인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전시를 보고 나서 서울에서 볼 것

단청은 서울에서 어렵지 않게 실물로 확인할 수 있다. 경복궁과 창덕궁의 처마, 도심 사찰의 공포와 서까래에 원형 그대로 남아 있다. 전시장에서 변형된 색조를 본 뒤 궁궐의 단청을 다시 보면, 작가가 무엇을 바꿨는지가 훨씬 분명하게 보인다.

한남동과 이태원 일대의 벽화, 그리고 서울 곳곳의 스트리트 아트는 월스케이프 지도에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전시장에서 벽으로, 다시 궁궐로 이어지는 동선은 하루면 충분하다.

출처: The Korea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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