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피티 뉴스

훔친 비트코인 지갑이 그래피티 벽이 됐다

2026년 8월 26일 오전 12:170

도난당한 비트코인 주소가 공개 게시판이 됐다

2026년 7월 30일 처음 확인된 콜드카드(Coldcard) 하드웨어 지갑 해킹 이후, 공격자가 통제하는 것으로 지목된 비트코인 주소에 낯선 사람들이 글을 남기기 시작했다. 코인데스크(CoinDesk)에 따르면 이 주소는 약 3600만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7월 30일 이후 여러 건의 입금이 들어왔고 그중 다수에 짧은 글이 붙어 있었다. 갤럭시 리서치(Galaxy Research)를 비롯한 블록체인 분석가들이 이 주소를 공격자가 통제하는 주소 중 하나로 지목했다. 코인데스크는 이번 콜드카드 취약점으로 확인된 피해액이 1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전했다.

남의 지갑에 어떻게 글을 쓰는가

메시지는 OP_RETURN이라는 비트코인 기능으로 남는다. 코인데스크의 설명에 따르면 OP_RETURN은 누구나 거래에 짧은 문자열을 붙일 수 있게 하는 기능이며, 붙인 글은 송금 기록과 함께 블록체인에 영구히 시각이 찍혀 남는다. 원래는 개발자가 문서에 시각을 기록하거나 작은 증명을 넣는 기술적 용도로 쓰이지만, 개인적인 메모를 남기는 데에도 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공짜가 아니라는 점이다. 코인데스크는 각 메시지에 "적지만 실제 송금"이 함께 붙는다고 전했다. 글을 남기려면, 돈을 가져간 상대에게 돈을 조금 더 보내야 한다.

벽에 남은 글들

온체인 추적 서비스 아캄 인텔리전스(Arkham Intelligence)가 확인한 메시지들은 성격이 제각각이다. 코인데스크가 소개한 것들은 다음과 같다.

  • "You stole, please return some." 훔쳐갔으니 일부라도 돌려달라는 호소다.
  • "Please Please Please" 주소 하나와 함께 남겨졌다.
  • "80% of my 5 BTC" 자기 몫의 80퍼센트를 돌려달라는 요구다.
  • "I clean btc, do kyc and cashout. I take 10%" 텔레그램 계정과 함께 남은 자금 세탁 제안이다.
  • "1 BTC for my Bitcoin journey" 해킹과 무관하게, 주목받는 주소 앞에서 돈을 구하는 글이다.
  • "Monday owns my day / five plus ten bitcoin stranger / let me call in free" 시처럼 읽히는 글이다.

코인데스크는 이 글들이 실제 피해자에게서 온 것인지, 동정 여론에 편승한 사람들에게서 온 것인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것이 그래피티처럼 보이는 이유

이 주소에 쌓인 글은 몇 가지 점에서 벽에 남는 글씨와 닮았다.

첫째, 자기 것이 아닌 표면에 쓴다. 쓰는 사람은 그 주소의 주인이 아니고 허락을 받지도 않았다.

둘째, 한 사람에게 말하면서 모두에게 읽힌다. 메시지는 도둑에게 보내진 것이지만 실제 독자는 체인을 들여다보는 불특정 다수다. 거리의 벽에 남는 짧은 문장도 대체로 그렇게 작동한다.

셋째, 비용이 든다. 거리에서 스프레이 값과 붙잡힐 위험이 들듯, 여기서는 수수료와 소액 송금이 든다. 아무 대가 없이 쓸 수 있는 표면에는 이런 글이 이렇게 쌓이지 않는다.

넷째, 섞인다. 절박한 호소와 장사꾼의 광고, 무관한 구걸,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시 한 편이 같은 자리에 나란히 남는다. 오래 알려진 벽 앞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 그렇다.

벽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

다른 점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벽은 지워진다. 지자체가 덧칠하고, 건물주가 닦아내고, 다음 사람이 위에 덮어 쓴다. 거리의 글씨는 사라지는 것을 전제로 존재하고, 그래서 사진으로 남기는 일에 의미가 생긴다.

블록체인에 남은 글은 덧칠되지 않는다. 코인데스크는 OP_RETURN 메시지가 송금 기록과 함께 영구히 시각이 찍혀 기록된다고 설명했다. 지우는 사람이 없는 표면에서 글이 어떻게 쌓여가는지는 아직 아무도 오래 지켜본 적이 없다.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코인데스크는 선례로 2020년 루비안(LuBian) 채굴 풀 도난 사건을 들었다. 12만 7000 BTC 이상이 사라진 이 사건에서 채굴 풀 운영자들은 OP_RETURN 메시지로 공격자에게 직접 연락해 반환 협상을 시도했다. 그 메시지들은 나중에 분석가들이 어떤 지갑이 루비안 것이고 어떤 지갑이 공격자 것인지 확인하는 근거 중 하나가 됐다.

이번이 다른 점은 쓰는 주체다. 한 조직이 협상하려고 남긴 기록이 아니라, 서로 모르는 여러 사람이 각자의 이유로 같은 주소에 글을 붙이고 있다.

실제 벽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진다

특정한 벽면이 유명해지면 그 앞에는 성격이 다른 글이 겹겹이 쌓인다. 이 비트코인 주소에서 벌어지는 일은 그 과정을 대단히 빠르게, 그리고 지워지지 않는 형태로 보여준다.

도시의 벽에서 같은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월스케이프 지도피드에서 사람들이 남긴 기록으로 볼 수 있다.

원문 보기CoinDesk